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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기도
내가 인기척에 눈을 떴을 때, 어떻게 된 노릇인지, 내 방 문 앞에는 안쓰러워 보이는 늙은 난쟁이 하나가 눈을 끔벅이며 서 있었다. 그가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내가 눈을 뜨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는 내가 눈을 깜박이는 것을 보고는 내 가까이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그 손을 뿌리치며 그대로 누워 있었다.
난쟁이를 집 안에 들여놓으면 액운이 따른다는 미신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를 내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예사롭지 않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그를 내쫓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자의 슬픔은 나로 하여금 어지러움을 느끼게 만드는군, 그런데 왜 이 난쟁이는 이렇게 슬픔에 빠져 있는 거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난쟁이란 본래 슬픈 족속인 게야,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이것 역시 모든 종류의 편견을 갖춘 나의 편견인지도 모르지, 하고 생각했다. 난쟁이는 그의 작은 실물보다도 더 작아 보였다.
무슨 일이오, 아니 어떻게 된 노릇이오, 아직 졸음이 채 가시지 않아,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으려 애쓰며 내가 물었다. 나와 함께 가줘야겠어, 내 말은 무시하고 난쟁이가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기 전까지는 가지 않겠소, 그리고 그것을 말해줘도 아무데도 안 가겠소, 그런데 어딜 간단 말이오, 내가 말했다. 가보면 알게 될 거야, 옷을 입고, 임종 기도를 드리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 마치 하인에게 지시를 내리듯 난쟁이가 말했다. 나는 기가 막혔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내가 아는 바의 난쟁이는 이런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는 말아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다.
이제 난쟁이가 나를 찾아온 이유를 알게 된 나는 그가 하필이면 나를 찾아온 것이 이상했다. 나는 우리 고장에 나만한 목사가 없다고 자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신앙심이 없는 데다 행실이 안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나의 생각에 따르면, 내가 신앙심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그것은 어떤 믿음에도 길들여지고 안심할 줄 모르는 나의 영혼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참된 신앙이란 뭔가를 향한 믿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음을 포함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보다는 나를 구성하는 데 있어 불가결한 단점들 중 하나인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행실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소문의 근거 없음을 보여주는, 나를 모함하고자 하는 자들이 지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마음속으로 간음을 즐길 뿐이었다. 어쨌든 나는 나의 신앙심에 대해 나의 품행에 대해서와 마찬가지의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조금도 아쉬워하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 교회에는 몸이 불편해 멀리 있는 다른 교회에는 갈 수 없는, 하지만 양심의 거리낌 때문에 주일을 교회에 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어쩌다가 올 뿐이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방임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고, 교세의 확장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교단의 상부에서는 나에 대한 징계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아무 노력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며, 삶이라는 무의미에 대항하는 대신 그것에 투항했다. 실제로 나는 무위의 삶이라는 꽤나 무서운, 무사한 삶을, 오래 전부터 살아오고 있었다.
난쟁이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나를 찾아온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난쟁이를 다시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 듯했지만 아무리 해도 그게 어디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계속 보면 기억이 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난쟁이는 내가 본 적이 없는 난쟁이가 틀림없어, 하고 결론을 내렸다. 한데 불현듯 다른 어떤 난쟁이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고, 그로 인해 기분이 한결 나아졌지만, 그것은 기쁨이라 하기에는 미흡했고, 그래서 나는 그 나아진 기분을 철회했다. 그렇지만 둘은, 난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닮은 점이 없었다.
난쟁이는 나를 재촉했다. 이 난쟁이는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아첨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군,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쟁이는 아첨은커녕 내 비위를 맞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긴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아첨만한 것이 없긴 하지만 아첨만으로는 모자라지, 나는 다시 중얼거렸다. 일단 그를 따라가보기로 마음을 정한 내가, 이 난쟁이가 나를 찾아온 데에는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인지, 아니면 강제에 의한 것인지 알지 못하면서, 성경책과 기도서와 십자가를 챙기는 동안, 난쟁이는 한없이 슬픈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조금도 감추려 들지 않는 노골적인 슬픔에 심기가 불편했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슬픔은 그의 표정의 바탕처럼 여겨졌다.
바깥 날씨는 어떻던가요, 바람은 어느 쪽에서 불어와 어느 쪽으로 불어가고 있던가요, 늑장을 부리며, 외투를 이것저것 바꿔 입으며 내가 말했다. 난쟁이는 내 말에는 대꾸도 않고, 그의 슬픔에 빠져 딴생각에 잠겨 있는 듯 보였다. 추위라면 벌벌 떠는 나는 옷을 여러 벌 껴입었는데, 거의 거동이 불편할 정도였다.